[다크 게이머의 탄생]
드라마에서 보여 주는 귀족적이고 우아하며 활기찬 가난!
궁핍하면서도 나보다 먼저 타인을 생각하고, 한 끼의 식사
를 나누기 전에도 활짝 핀 미소와 함께하는 가난!
이딴 게 실제로 세상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작자가 있다면
이현은 그를 죽을 만큼 팬 다음에, 그냥 한 대 더 때려서 죽
여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세상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주 살기 힘든 구조였다.
국회에서 개정된 근로복지법에 의해 미성년자는 어떠한
일자리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불법적이지만 이현은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14세 때부터 제봉 공자에서 실밥을 땄다. 월급이라고 해
봐야 보잘것없었지만 그래도 밥은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하에서 환풍기 2대 달랑 틀어 놓고 하는 일이라
서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
덕분에 폐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비만 더 많이 나갔다.
그다음으로 주유소에 취직하고, 심지어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재활용품을 모아서 팔기도 했다.
아무리 일을 해 봐야 손에 쥐는 돈은 어차피 푼돈.
미성년자인 그는 불법적으로 취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것을 이용해서 고용주들은 지독하게 그를 부려먹었다.
20세 때까지 착취만 당하고 살아온 인생인 것이다.
덕분에 이현은 돈의 가치를 아주 잘 알았다. 그렇지만 이
제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드디어 성인이 되어서 주민등록증이 나왔으니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민등록증을 지갑에 넣으면서 이현은 중얼거렸다.
"몸이 부서지도록 일을 해야겠지. 하루에 3개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의 가족이라고는 할머니
와 여동생 1명뿐이었다.
"후후. 이제부터 부자가 되어 줄 테다."
이현은 그렇게 다짐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이제 오느냐?"
할머니는 이불을 끌어안고 누워 계셨다. 며칠 전에 계단에
서 굴러 떨어진 이후로 허리를 삐끗해서 일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약을 쓰고는 있었지만 없는 살림에 병원으로 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는 힘들었고 이렇게 집에서 쉬고 있었다.
밤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았다.
이현은 집에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겉도는 여동생과 늙은 할머니만 있는 집에는 활기가 없었
다. 어쩌면 그 때문에 더더욱 집에 들어오기 싫은 건지도 모
른다.